슬라럼 통과하는 한일 베스트셀링카

【서울=뉴시스】

한국과 일본의 베스트셀링카가 맞붙었다. 결과는 한국차의 우세승으로 끝났다.

조건의 차이가 있었지만, 일반적 생각과 달리 국산차가 수입차 공세에 맞서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몇몇 차량에서는 외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일 한국과 일본의 베스트셀링카 비교시승 행사를 열었다. 대상은 그랜저대 렉서스, 쏘나타대 혼다 어코드였다.

최근 국내 완성차가 해외 차량과 직접 맞붙는 일이 잦아졌는데, 이유는 봇물 터지듯 국내로 유입되는 수입차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없다는 자존감에서 출발했다. 비교시승을 통해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다.

겉모습만 보면 수입차 대비 우위를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새로 개발한 첨단기술들이 눈에 띤다. 정교한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 차 못지않게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일 게다.

◇제동력 앞선 그랜저, 소음도 적어

맨 처음 기자들이 맞닥트린 것은 현대차의 그랜저 3.3과 렉서스 ES350이다.

그랜저는 JD POWER 2006~2007년 상품성 및 디자인 만족도 대형차 부분 1위를 차지했다. 첨단기술이 장착돼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렉서스 ES 350은 2001년 들여와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굳힌 ES 시리즈 중 2006년 새로운 디자인과 엔진을 얹은 5세대 모델이다.

동급 수준이라지만, 두 차량의 성능에는 차이가 있다. 그랜저의 5단 미션(233마력)과 렉서스의 6단 미션(277마력) 차이는 가속력에서 차별된다.

실제 주행에서 두 차량을 번갈아 운행한 결과 가속력은 렉서스가 조금 앞섰다. 하지만, 제동력은 달랐다. 비슷한 속도에서 제동을 해도 렉서스는 약간 밀리는 반면, 그랜저는 착 감기는 느낌이 들며 운전자의 의도에 맞게 제동이 걸렸다.

정숙성 실험 역시 두 차량이 차이를 보였다. 급가속시 소음 역시 차이를 보였다. 렉서스는 소음이 비교적 크게 들리는 반면, 그랜저는 그에 비해 조용한 편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는 차체강성 보강과 주요 소음 취약부에 다양한 충진재를 적용, 국내외 경쟁차 대비 동등수준 이상의 정숙성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쏘나타, “혼다 어코드 내 상대 아냐”

충남 서산의 현대 파워텍 주행 시험장에서 가진 현대 쏘나타 트랜스폼 2.4와 혼다 뉴 어코드 2.4의 안정성 비교 체험은 쏘나타의 압승으로 끝났다.

쏘나타가 어코드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자신감은 새로 탑재된 AGCS(주행 안정성 제어 시스템) 덕분이다.

앞서 동영상이 공개돼 조작 논란이 잠시 일 정도로 관심을 끌기도 했던 AGCS는, 쉽게 말하면 진화된 ABS다. 주행 중 위급한 상황에 처해 차량을 급선회 했을 때,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뒷바퀴에 미끄럼 방지장치를 한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는 고속 주행 중 급선회를 하게 됐을 때 뒷바퀴 외측 휠의 토우-인 각도를 최대 3도 조정해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 시키는 장치다. 당연히 좌우로 급선회해도 차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실제 비교시승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AGCS가 장착된 쏘나타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기자가 탄 어코드는 시속 65㎞속도로 슬라럼(Slalom, 폴대를 몇 미터 간격으로 세워 그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에 진입했는데, 뒷바퀴가 급회전을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지더니 주행선로를 이탈해 버렸다.

하지만, 쏘나타의 경우 같은 속도에서 슬라럼에 진입했지만,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는 대로 차가 반응했다. 당연히 급회전을 가했기에 차체는 좌우로 쏠렸지만, 바퀴는 전혀 미끄러짐 없이 슬라럼을 통과했다.

그만큼 AGCS의 기능이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위급상황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장치임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았던 최광년 코리아모터스포츠협회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차량 안전과 관련된 기술이 발전돼 가고 있어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테스트를 하기가 힘들어 졌다”며 “얼마나 더 진보된 안정성을 선보일 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등 자동차 본고장에서 일본의 베스트셀링 세단 이상의 상품성과 품질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그랜저와 쏘나타의 우수성을 확인시키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AGCS 장착에 드는 비용은 약 80만원 정도다. 그러나 위급 상황에서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을 담보해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사진 있음>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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