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16일 8명의 부사장 승진을 포함, 계열사별로 모두 223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472명에 비하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삼성이 특검 이후 안정적인 그룹 운영을 위해 기존 임원들을 퇴진시키는 대신 연임시킨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순봉 부사장은 “총 승진임원이 지난해 400명 수준에 비해 감소했지만 직위간소화를 위해 상무보 직급 폐지에 따른 상무 승진자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부사장의 말대로 상무보와 상무 직급을 통합한 것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특검 이후 조직 재정비를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직급 통합에 대해 삼성은 의사결정 단계의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이자 효율적 인사관리와 능률을 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해 전무와 상무 승진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부사장 승진은 30명에서 8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동안 임원승진이 많았고, 그로 인해 인력풀이 넘쳐 나던 삼성으로서는 특검을 계기로 비대해진 상무급 인사들의 거취를 고민한 결과가 직급 통합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폭제로 점차 아래로 인력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은 특검 이전 창립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조직정비 작업을 하기 위해 임원을 줄이기 위한 구조 조정안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급을 대폭 줄인 만큼, 앞으로 있을 임원급 이하 인사에서도 이런 공식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번 인사를 기저로 삼아 연말께 대폭 물갈이를 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삼성 관계자는 연말 물갈이 소문에 대해 “소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연말 일까지 알기는 어렵다.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조직정비를 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특검으로 중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올해 그룹 재정비를 하고 큰 그림은 내년에 그릴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삼성그룹은 이달 말까지 각 사별로 조직개편 및 보직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는 이번 승진인사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부진.서현씨의 남편인 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와 김재열 제일모직 상무도 제외됐다.

전략기획실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삼성전자 소속이면서 전략지원팀에서 근무해 온 최신형.차영수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경제연구소 소속으로 홍보실에서 근무해 온 유석진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는데 그쳤다. 사장단회의 산하 법무실도 삼성전자 소속의 여남구.엄대현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게 전부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과천 관가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통상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는 의례적으로 1급들이 사표를 제출하게 된다. 재신임을 받으면 살아남는 것이고, 보직을 받지 못하면 관가를 떠나야 하는 게 관례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교통부 1급 공무원 5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조조정 한파가 과천 관가에 퍼지고 있다.

이미 건교부는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국토해양부로 명칭이 바뀌고, 조직도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해 현재 과천 청사는 이삿짐을 싸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건교부 1급들의 잇따른 사표 제출이 관가에 한파를 몰고 오게 된 주된 이유는 조직에 비해 고위공무원 숫자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건교부의 경우 본부의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21명에 달한다. 여기에 해수부 소속 11명을 더하면 전체 고위공무원은 32명이다.

그러나 새로 합쳐지는 국토해양부의 고위공무원 숫자는 25명. 7명이 빈다. 결국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새 정부가 공무원 감축을 공언한 이상 퇴로가 없다는 것도 퇴출 한파가 퍼지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이번에 건교부 1급 공무원 5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도 29일께 취임하게 될 새 장관에게 검증을 받기 위한 제스처로 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교부 관계자는 “경제부처 고위공무원들의 경우 새 정부가 공무원 감축을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어려워 보이는 만큼, 장관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주말 이후 사표를 제출하는 고위공무원들이 잇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고위공무원 인사는 장관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며, 국장급인 2~3급은 이르면 내주 초부터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한라그룹이 8년 만에 그룹의 모태인 ㈜만도를 재인수하며 예전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외환위기 때 잃어버린 기업을 재인수하는 첫 사례여서 사실상의 모기업 부활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건설 정몽원 회장은 21일 홍콩에서 만도의 대주주인 센세이지(JP모건, UBS캐피털 합작 투자사)와 지분 72.4%를 6515억 여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라건설은 앞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도 임원이 보유하고 있는 9.7%의 지분도 876억 원 가량에 인수할 예정이어서 2대 주주에서 만도의 주인으로 올라서게 된다.

한라그룹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고(故) 정인영 회장이 1962년 세운 현대양행 안양공장(만도기계)이 모태다. 1980년 현대양행으로 부터 독립한 이후 1996년에는 계열사 18곳을 거느린 재계 12위 그룹으로 성장했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로 그룹이 무너지는 고난을 겪었다. 한라건설과 한라콘크리트, 투자컨설팅회사인 한라I&C 등이 살아남았지만, 그룹으로서의 면모는 심한 상처를 받았다.

때문에 2006년 영면에 든 고(故)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은 생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 왔다고 한라건설 관계자는 전했다.

뜻이 이뤄진 것은 8년이 지나 아들인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53) 대에서다. 정 회장은 선세이지와 6515억 원(한화 약 6억8000만 달러)에 지분 전량(72.4%)을 매입하는 사전 계약을 21일 체결했다.

이번 계약 이후 한라건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사들 간 인수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참여사들의 승인 절차를 거쳐 센세이지와 컨소시엄 참여사들 간 계약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컨소시엄에는 KCC, 산업은행, 국민연금관리공단 사모펀드가 참여하고 있다.

인수금액 면에서도 기존 타 기업의 예보다 좋은 값에 되사들여 평가가 좋다. 8년 전 몸값이 6000억 원 가량(당시 원화 4억4600만 달러)인데, 이번에 6515억 원에 되사게 되었다.

이는 만도가 국내 2위의 자동차 부품제작사란 점이 크게 작용했다. 만도의 최대 매출처인 현대·기아차가 미국 사모펀드인 KKR과 자동차 부품업체인 TRW 등이 만도를 1조~1조2000억 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해 난색을 표해 협상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한라그룹이 만도에 정성을 들인 이유는 고 정 회장이 직접 1962년 현대양행을 창업한 만큼, 모기업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크게 작용했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현대양행(현 두산중공업)을 빼앗기게 되어 겨우 만도만 살아남았고, 이것이 그룹의 모태가 됐기 때문이다.

한라그룹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자산 6조2000억 원, 매출 5조3000억 원에 계열사 18곳을 거느린 재계 12위 그룹이었다. 이듬해 IMF로 온 나라 경제가 흔들리는 통에 한라중공업에 무리하게 투자한데다 계열사 간 상호출자로 자금난에 문제가 생겨 한라건설과 한라콘크리트, 한라I&C 등만 남고 그룹이 와해되는 불운을 맞게 된다.

당시 대다수 기업들이 마찬가지였듯 한라그룹도 모기업만큼은 내놓지 않으려고 동분서주 했지만, 외환위기로 인한 매서운 구조조정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들게 된다. 정몽원 회장은 이 과정에서 계열사 상호지원 혐의로 징역 4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가 지난해 사면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한편, 살을 에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거친 한라그룹은 2003년 건설경기가 되살아나면서 한라건설이 본궤도에 오르자 만도를 되찾으려는 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한다. 맞춤해 2005년 선세이지가 만도를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고 정몽원 회장은 인수 작업에 돌입한다.

인수에 여러 곳이 뛰어들었지만 만도의 최대 매출처이자 친인척 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을 설득하느냐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작은아버지인 정인영 회장이 일군 회사인 만큼 한라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만도의 인수를 측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2006년 정인영 회장이 별세한 이후 소위 범 현대가로 불리는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KCC 등이 한라그룹을 지원하는 분위기로 반전되면서 한라의 만도 인수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고(故) 정인영 회장의 동생이자 현존 현대가의 맏형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72)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한라건설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 지난해 7월 정인영 회장 1주기에서 "만도를 반드시 되찾아 형님(정인영)의 한을 풀어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정몽구 회장을 설득해 그룹을 지원하자는 묵시적 동의를 얻어낸 것이 큰 힘이 됐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도 '범 현대가 회복'이란 취지에 동의했다고 알려졌다. 정상영 회장은 한라를 돕기 위해 KCC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키기까지 했다. 정상영 회장의 지원은 한라건설이 만도를 되찾아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또 만도가 만드는 자동차 부품의 70%를 납품받는 현대·기아차 역시 인수기업 결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인 KKR과 자동차 부품업체인 TRW은 무려 1조~1조2000억 원을 써냈지만 현대·기아차의 동의를 얻지 못해 뒤돌아서야 했다.

범 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정몽원 회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생전에 정인영 회장이 강조한 깨끗한 기업문화를 일구고 중공업 정신을 이어받아 만도인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 같은 범 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회사 노조의 동참, 최대 매출처인 현대·기아차의 지원사격에 선세이지는 손을 들 수박에 없었다. 5000억 원 가량이나 낮은 금액을 써낸 한라건설에 만도를 8년 만에 되돌려 주게 된 것이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BLOG main image
by 김훈기 기자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86)

글 보관함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Total : 44,102
Today : 2 Yesterday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