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난지 15일로 100일을 맞게 된다.

그간 우리 국민은 모두 158만7191명(정부 추산)이 기름때 제거를 위한 방제작업에 참여하며 ‘검은 눈물’ 닦아내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부 지역은 겉모습이나마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서해 곳곳의 섬과 후미진 절벽 바위틈 등에는 아직도 많은 기름이 남아있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현지에 따르면, 태안군 남면 가의도 등 자원봉사자들이 찾기 힘든 섬 지역의 경우 완전방제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고 한다.

다행히 일부 해안선과 주요 해수욕장은 예전의 푸른색을 되찾으며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3개월 넘게 중단됐던 어민들의 조업도 부분적으로 재개됐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100일을 맞아 기자들을 동원해 현장 취재를 추진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등 어민들 사정에 아랑곳 하지 않는 일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국토부는 ‘유류오염사고 100일 관련 제2차관 현장 방문 취재지원 계획’을 세우고 출입기자들에게 17일 현장 방문 참석 여부를 물어왔다. 그러다 정확히 한 시간 후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기자단 동행 계획이 없다며 급하게 알려왔다.

국토부는 “취재 계획이 전시성으로 보일 것 같아서 취소한 것이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조용히 갔다 오는 게 옳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나마 심각성을 깨닫고 계획을 취소한 덕분에 언론과 여론의 비난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프닝 이후, 14일 기름유출 사고 100일 동안의 정부 활동을 담은 자료를 내놓은 게 문제였다. 내용은 정부의 다양한 활동을 담았지만, 정작 어민들의 피해 실태나 구체적인 복구계획은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계획에 피해주민 지원 특별법 시행령 제정 추진, 해양환경 피해.영향조사 및 복원사업 추진, 해수욕장 및 도서지역의 잔존 유류 방제 철저, 지역주민 대체소득원 개발, 삼성중공업 출연자금 운용모델 개발이 담겼다. 모두 원론적 언급만 있을 뿐 내용이 없다.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곳은 바다가 죽어가고,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영원히 완전한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환경부의 생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름 오염은 수십 년의 장기적인 복원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가 그동안 한 일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복원을 하고, 죽어가는 바다를 살릴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도 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 자살이 줄 잇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시는 같은 슬픔을 겪지 않게 하려면 외국처럼 장기간 복원계획을 세워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운동연합이 14일 ‘태안 생태계 복원 위한 시민조사’를 시작한다며 한 언급은 깊이 새길 만하다.

“다량의 기름이 태안을 비롯한 서해바다와 해안을 오염시킨 지 벌써 100일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정부와 책임기업들은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 스스로 나서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략) 민관 협력을 통해 책임을 규명하고 생태계 복원에 노력하며 피해지역의 사회문화적 기반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우리가 실천해야할 시점이다”

사고를 낸 당사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온 나라가 가슴아파한 일에 정부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보상으로 끝날 일이었다면, 160만여 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무슨 이유로 스스로 서해를 찾았겠는가?

치유할 수 없는 내상을 입은 서해를 바라보며 어떤 것이 어민을 위하고, 청정 자연을 되살리는 대책이 될 것인지 정부가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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