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4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대학생들의 76%가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심이었다.

보도 자료를 본 기자는 내용에 잠시 섬뜩했다. 대학생들의 시각이 심각할 정도로 한 쪽으로 편중됐다는 '사실'에 자못 놀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응답자들은 '친시장적 가치관을 지닌 미래 엘리트 육성'을 위해 전경련이 추진하고 있는 EIC(미래 엘리트 양성과정)에 지원한 이들이었다. 전경련의 가치관에 거부감이 덜한 대학생들인 것이다. 당연히 원하는 결과가 나왔고, 전경련은 이를 일반 대학생들의 시각인양 포장한 것이다.

대상자 선정 자체도 문제지만 조사 시기도 영 찜찜하다. 전경련은 지난 9월9일부터 12일까지 설문한 결과라고 밝혔다. EIC 과정 100명을 뽑기 위한 선발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다. 당연히 설문이 가볍게 만은 다가오지 않았을 터. 전경련은 그로부터 13일 후인 9월25일 제11기 EIC 과정 입학식을 열었다.

발표 시점도 문제다. 조사는 9월초에 해 놓고 발표는 2개월 후인 14일에야 했다. 단순히 전경련의 자료만을 놓고 보면, 대학생들은 오바마 후보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자동차 산업 지원과 한국과의 FTA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발언을 접하고 조사에 응한 것이 된다.

그러나 실제 조사 시점인 9월초까지 미국 대통령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고, 관심도 덜했다. 일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은 요즘 한미 FTA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을 찾다가 무리수를 둔 것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 즉 이치에도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와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 것이다.

한미 FTA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이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기 위해 어떻게 왜곡하는지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눈앞을 가렸던 '이물질'을 걷어내면 전경련이 의도적으로 일부 대학생들의 생각을 확대해석한 것이 선명히 드러난다.

기업편향의 중고교 경제교과서까지 내놓고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전경련이라면, 이참에 스스로를 살피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전경련 보고서는 세금포탈이나 재벌기업 승계, 비정규직 양산, 정권 유착에 대한 반성은 도외시한 채 재벌과 대기업의 일방적 홍보성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핵심을 지적한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 깊다.

윤 회장 말마따나 전경련은 "세계 꼴찌에 가까운 기업윤리의식에 대한 반성"을 하도록 먼저 재계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친 기업 정서'는 그때 가서 주장해도 늦지 않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BLOG main image
by 김훈기 기자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86)

글 보관함

달력

«   2010/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41,213
Today : 2 Yesterday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