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새 렉서스 모델

【서울=뉴시스】

한국 수입차 시장 2년 연속 판매 1위(2006~2007년)를 차지하고, 2000년 이래 미국 베스트셀링 고급차에 등극하는 등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토요타자동차의 렉서스가 정작 고향인 일본에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5년 토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Lexus)를 일본에 처음 소개하며 일본 운전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렉서스는 초기 판매 예상치인 2만대의 60%를 겨우 채우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이유는 대부분의 일본 운전자들에게 ‘고급차=외제차=독일차’라는 이미지가 수학공식처럼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덴엔조후, 지유가오카 등 도쿄의 부촌을 돌아다니면 BMW,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아우디(Audi) 등의 독일차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렉서스가 안 팔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세계경제연구원이 18일 밝힌 바에 따르면, 실용적인 미국인들은 ‘품질.기술력.가격’의 3박자를 갖춘 렉서스에 열광했지만, 일본인들은 렉서스를 ‘비싸기만 한 국산차’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렉서스의 포지셔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토요타의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국서 실패한 원인은 몸값만 올린 탓

세계경제연구원은 도요타가 세운 렉서스 마케팅 전략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첫째가 초기의 렉서스 라인업이다. 토요타는 5만2000달러의 GS 스포츠 세단, 6만8000달러 SC컨버터블, 4만 달러대의 엔트리 레벨인 IS 세단 등 세 가지 모델로 시작했다.

그러나 초기 라인업은 기존 도요타 모델과 같은 기본구조 위에 고급스러운 외양과 편의장치를 추가했을 뿐이다. 기존 도요타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20% 이상 더 비싼 렉서스에 일본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두 번째는 렉서스가 고급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이득이 기존 독일 기업들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경쟁업체들은 “렉서스 출시 이후 차를 비교해 보러 쇼룸에 오는 고객수가 늘었다”고 말했지만 결국 고객들은 독일차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하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일본인들의 서구에 대한 동경과 명품 선호 경향이다. 기능이나 실용성보다는 전통과 품위의 가치를 우선하고, 주변의 선망과 질투를 즐기며, 자기만족과 자기 과시를 하고 싶은 일본인들의 숨은 욕구를 렉서스가 채워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렉서스 판매는 쉽게 늘지 않았다. 고객들에게 기존 토요타 자동차들과의 차이점을 크게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아큐라(Acura)’, 닛산의 ‘인피니티(Infiniti)’ 도입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것도 렉서스의 초기 고전이 한 몫 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토요타는 텃밭에서의 고전을 만회하기 위해 렉서스 브랜드 밀어주기 전략을 펴기에 이른다. 일본 전역에 160여 개의 호화로운 렉서스 판매점을 열고 프라임 시간대에 엄청난 TV광고 물량을 쏟아 부었다.

◇렉서스 살려라..토요타 고향 상륙작전

판매 전략도 렉서스 브랜드 강화에 맞춰졌다. 2006년 9월 LS460(7만7000달러), 2007년 5월 LS600h(9만6000달러) 신 모델을 출시하며 ‘갖고 싶은 차’라는 이미지를 알렸다. 특히 렉서스 LS600h의 첫 출시 지역은 판매 규모가 미국 시장의 1/10에 불과한 일본이었다.

이 결과, 신차인 LS 시리즈 판매량은 2007년 일본 전체 렉서스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전체 렉서스 판매 호조의 원동력이 됐다.

고무된 도요타 측은 “렉서스의 성과가 개선되고 있고, 고급 자동차 분야에서 독일 경쟁자들의 판매량을 이미 넘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전체 수입 차 판매량이 감소한 작년에도 렉서스의 판매량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조사기관인 제이디 파워 앤 어소시에이트(J.D. Power&Associate) 조사에 따르면, 렉서스는 지난해 일본시장에서 고급차 부문 최고 판매 차량 자리에 올랐다.

◇유럽 명차 반열에 오를지는 ‘미지수’

하지만, 최근의 성과를 놓고도 렉서스에 대한 일본 내의 시각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일본 자동차 전문잡지인 ‘오토카 재팬(Autocar Japan)’은 “해외 브랜드 경쟁자들 역시 일본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며 “렉서스가 독일 명차와 겨룰 만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앞으로 3~5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영연구원 오지영 연구원은 렉서스의 부침에 대해 “일본에서의 렉서스의 최근 행보는 분명 고무적인 일인 것은 맞다”면서도 “독일 명차에 대한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선호가 바뀔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렉서스의 판매 호조가 계속 이어질지 확언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너무나 일본적인 렉서스가 유럽의 전통과 역사를 동경해 온 일본인들에게 진입 초기 철저히 외면을 당했기 때문에 앞으로 ‘갖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명차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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