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태안을 향한 손길

【서울=뉴시스】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태안 등 서해안 해양지역 유분농도가 감소 추세인 것과 달리 갯벌 등 해안지역은 다수가 오염 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지역 오염이 여전함에 따라 올 여름 서해안 지역 절반 이상의 해수욕장 개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18일 지난해 12월1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1단계로 해양오염 영향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해양(해수, 퇴적물) 유해물질인 유분(TPH) 농도는 정상치를 회복해 감소추세였지만, 갯벌 등 해안지역은 유분 기준(10ppb)을 초과하는 지역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오염 기준을 초과하는 지역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보면 전체 조사대상 24곳 중 구름포, 의항, 만리포, 모항 등 4곳이다. 반면 신두리사구, 개목항 등은 지난 2월까지 기준치를 웃돌았지만 3월 조사에서는 이하로 떨어졌다.

해수욕장의 경우 전체 28곳 중 46%인 13곳의 공극수 유분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공극수는 자갈.모래.점토 등의 입자 사이에 존재하는 물을 일컫는다. 유분 기준을 초과한 곳은 신노루.구름포.의항리.방주골.천리포 등이다.

이에 따라 이들 해수욕장은 올 여름 개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위해성 연구사업단장은 18일 중간결과 발표 자리에서 “3월을 지나고 4월 들어 긍정적 현상을 보였지만, 5월까지 지켜봐야 올해 여름 개장이 가능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어류의 경우 지난 2월25일 기준 유해물질(PAHs,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체내농도는 점차 뚜렷한 감소세를 보여 거제도 등 청정지역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굴은 유해물질 농도가 줄어들고는 있었지만, 사고 이전(42ppb, 2001년 만리포) 보다 평균 3.5배나 높았다. 이중 지난달 구름포에서 채집한 굴의 경우 발암 가능성을 나타내는 벤조피렌 등가치(BaP)가 기준인 3.35ng/g을 초과했다.

한편, 사고 이후 해양 생태계 역시 큰 변화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하대(간조 시에도 물이 빠지지 않고 항상 물속에 잠겨 있는 부분)의 동물플랑크톤 총 개체수도 사고 이전 1345개에서 360개로 크게 감소했다.

사고 이후 연성(갯벌 또는 모래)조하대 생물 종수는 40%, 생물량은 77%, 서식 밀도는 63%가 감소했다. 특히 연체동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간대(간조때 드러나는 부분) 역시 조하대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연성조간대 대형 저서동물(말미잘.불가사리.가자미.해삼 따위)의 평균 밀도가 2007년 2월과 비교해 ㎡당 1800개체에서 1000개체로, 약 2배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토해양부 김원민 해양환경정책관은 2차 오염 피해 우려에 대해“방제가 어려운 도서지역이나 연안가 8㎞를 집중 전문방재를 하고 있다. 무인도 등은 접근이 어려워 작업이 더딘 게 사실이다. 국방부 협조를 얻어 지난 14일부터 무인도에 해병대 병력을 집중 투입해 방재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대한 방재해 2차 오염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기름 찌꺼기로 뒤덮인 해안가 절벽

【서울=뉴시스】

사상 최대의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서해안 지역이 최근 날씨가 풀리자 그동안 바위 등에 묻어 있던 기름 덩어리들이 흘러내리며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방제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도서지역이나 무인도 등이 2차 오염의 주된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가 절벽에는 아직도 기름띠가 닦이지 않은 곳이 다수다.

실제로 국토해양부가 18일 발표한 서해안 지역 기름오염 영향 조사에서도 해양(해수, 퇴적물)의 유분(TPH) 농도가 정상치를 회복하고 있었지만, 갯벌 등 해안지역은 유류오염 기준을 초과하는 곳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기름이 해양에 떠다니다 바다와 육지 경계인 해안지역으로 몰려든 데다 그동안 추운 날씨로 바위나 모래에 스며 들었던 기름이 따뜻한 날씨에 흘러내려 재차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태안 주민 “도서지역은 아직도 그대로 방치”

기름피해를 직접 입은 태안지역에서 잠수부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47세)는 “날이 따뜻해지면서 기름 찌꺼기 들이 녹아 바다에 기름띠를 형성하기도 한다. 타르가 놓아 기름때가 형성되기도 하겠지만, 사고 당시 수많은 오일볼이 생겼다가 사라졌는데 그것이 더 심각한 위협을 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사람이 살지 않는 도서지역 섬들은 사고 당시 피해 그대로 방치된 곳이 아직 많다고 한다. 따뜻한 날씨에 기름이 흘러 내려 바다로 유입될 경우 또 다른 피해를 부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사람이 안사는 무인도 지역은 사고당시 피해 그대로 있는 곳도 많다. 기름 제거를 못한 곳이 많이 있다. 해병대를 투입해 기름제거를 한다는 도서지역은 태안이 아니라 보령 앞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쪽(태안)은 못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월에 모항, 구름포, 신두리 해안 인근에서 간조시간에 7m수심에 양수기를 심어 바닥 모래를 빨아내 배 위에서 뿌렸더니 모래 속에 있던 기름이 갑판에 흥건했다”며 “파도가 거세지거나 태풍이 불 경우 가라 않은 기름이 해안가로 다시 몰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태안지역 선주협회 관계자는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다”며 “사람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방제 못한 곳이 많다. 기온이 높아서 유막이 도서 일부 지역은 섬 주면으로 번지는 곳도 많다”고 걱정을 쏟아 냈다.

그는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해안가에서도 간혹 유막이 보인다. 응급방제가 돼 있는 상황이지만 기름이 모래 속으로 상당히 깊이 침투해 있다. 모래의 경우는 뒤집어엎어서 깨끗이 세척하지 않는 이상 자연 방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한 양의 죽은 패류들이 해안가로 끊임없이 떠밀려 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뾰족한 대책 없는 국토부

이처럼 2차 오염 피해가 서서히 현실화 하고 있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는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18일 1차 오염조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김원민 해양환경정책관은 2차 오염 피해 우려를 묻는 기자에게 “방제가 어려운 도서지역이나 연안가 8㎞를 집중 전문방재를 하고 있다. 무인도 등은 접근이 어려워 작업이 더딘 게 사실이다. 국방부 협조를 얻어 지난 14일부터 무인도에 해병대 병력을 집중 투입해 방재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대한 방재해 2차 오염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진행하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한편, 심원준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위해성 연구사업단장은 18일 조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유류 직접 피해를 입은 일부 특정 조간대 지역은 생물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극단적 예지만, 생태계 회복은 외국의 경우 적게는 수개월에서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1차 조사 결과가) 긍정적인 결과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수립될 생태계 복원 계획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난지 15일로 100일을 맞게 된다.

그간 우리 국민은 모두 158만7191명(정부 추산)이 기름때 제거를 위한 방제작업에 참여하며 ‘검은 눈물’ 닦아내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부 지역은 겉모습이나마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서해 곳곳의 섬과 후미진 절벽 바위틈 등에는 아직도 많은 기름이 남아있어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현지에 따르면, 태안군 남면 가의도 등 자원봉사자들이 찾기 힘든 섬 지역의 경우 완전방제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고 한다.

다행히 일부 해안선과 주요 해수욕장은 예전의 푸른색을 되찾으며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3개월 넘게 중단됐던 어민들의 조업도 부분적으로 재개됐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 100일을 맞아 기자들을 동원해 현장 취재를 추진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등 어민들 사정에 아랑곳 하지 않는 일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국토부는 ‘유류오염사고 100일 관련 제2차관 현장 방문 취재지원 계획’을 세우고 출입기자들에게 17일 현장 방문 참석 여부를 물어왔다. 그러다 정확히 한 시간 후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기자단 동행 계획이 없다며 급하게 알려왔다.

국토부는 “취재 계획이 전시성으로 보일 것 같아서 취소한 것이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조용히 갔다 오는 게 옳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나마 심각성을 깨닫고 계획을 취소한 덕분에 언론과 여론의 비난을 벗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프닝 이후, 14일 기름유출 사고 100일 동안의 정부 활동을 담은 자료를 내놓은 게 문제였다. 내용은 정부의 다양한 활동을 담았지만, 정작 어민들의 피해 실태나 구체적인 복구계획은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계획에 피해주민 지원 특별법 시행령 제정 추진, 해양환경 피해.영향조사 및 복원사업 추진, 해수욕장 및 도서지역의 잔존 유류 방제 철저, 지역주민 대체소득원 개발, 삼성중공업 출연자금 운용모델 개발이 담겼다. 모두 원론적 언급만 있을 뿐 내용이 없다.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곳은 바다가 죽어가고,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어 영원히 완전한 복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환경부의 생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름 오염은 수십 년의 장기적인 복원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가 그동안 한 일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복원을 하고, 죽어가는 바다를 살릴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자식을 잃은 슬픔과도 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 자살이 줄 잇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시는 같은 슬픔을 겪지 않게 하려면 외국처럼 장기간 복원계획을 세워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운동연합이 14일 ‘태안 생태계 복원 위한 시민조사’를 시작한다며 한 언급은 깊이 새길 만하다.

“다량의 기름이 태안을 비롯한 서해바다와 해안을 오염시킨 지 벌써 100일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정부와 책임기업들은 최소한의 책임마저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시민들 스스로 나서는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중략) 민관 협력을 통해 책임을 규명하고 생태계 복원에 노력하며 피해지역의 사회문화적 기반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우리가 실천해야할 시점이다”

사고를 낸 당사자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온 나라가 가슴아파한 일에 정부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피해보상으로 끝날 일이었다면, 160만여 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무슨 이유로 스스로 서해를 찾았겠는가?

치유할 수 없는 내상을 입은 서해를 바라보며 어떤 것이 어민을 위하고, 청정 자연을 되살리는 대책이 될 것인지 정부가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김훈기기자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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